내가 IT회사에 입사하여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신용카드 청구시스템 운영이었다.
IBM Mainframe 환경으로 주로 야간 배치작업으로 고객의 신용카드 실적데이터를 반영하는 일이 주작업이다.
사수가 나에게 시킨 첫번째 일은 SYSIN 이라고 하는 JCL(Job Control Language)로 만든 배치작업에서 사용되는 날짜 파라미터를 Case에 따라 고치는 일이다.
가장 단순한 것은 당일을 YYYYMMDD로 입력하는 것이고, 복잡한 것은 전전영업일 ~ 전영업일, 매월첫째 영업일~ 전영업일, 전월13일~금월12일, 등등이었다. 100여개 정도 되는 날짜 규칙으로 SYSIN을 입력하는 일이었지만 그때는 아무 생각없이 SYSIN 입력하는 옆에 주석으로 설명되어 있는 "전영업일" 이라는 단어만 보고 내가 알아서 날짜를 입력하면 되니까, 쉽게 생각하고 일을 맡았다.
날짜가 지나가면 갈수록 내가 입력하는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쓰일까가 궁금해졌고, 업무이해도가 생기면서 조금씩 두려움도 늘어갔다. 영업일이라는 개념이 단순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휴일이나 임시휴일이 있거나 했을 때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느날 아침, 출근했더니 과장 및 사수들이 이미 출근해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조금 있다가 다른파트의 선배가 " 너가 SYSIN을 잘못 고쳐 사수가 어제 새벽에 나와서 Recovery 하느라 고생했어!" 라고 말했다.
알고 봤더니, 실수로 한 날짜가 어제날짜 그대로 바뀌지 않아서 배치작업에서 그 데이터를 받아서 처리하던 중 에러가 나서 후속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다. 고친 후 다시 확인하고, 사수가 한번 더 확인 하는 절차가 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고친사람이 당연히 잘 했을 거라는 생각으로 검토자는 형식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 SYSIN 입력 하는 방법과 검토하는 방법은 개선되어 자동화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조금만 생각을 했더라면, 물론 그때는 실력이 없었으므로 안 되었지만, 선배가 시키는 대로만 했던게 잘 못된 것이다.
알고 봤더니 나뿐만아니고, SYSIN 입력 오류로 인해 배치작업이 비정상적으로 종료되거나, 데이터 오류가 발생한 경우가 그당시에는 빈번하게 있었다. IT시스템 유지보수에서는 대부분이 사람이 원인이 되는 것이므로 어쨋든 자동화 또는 검증프로세스의 자동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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