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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백/유지보수

우편집중국으로 뛰어 간 날

by 에스큐에이 2019. 11. 5.

신용카드 청구시스템을 운영할 때 에피소드 한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신입사원의 첫번째 업무중 하나는 야간 배치작업이 지연되었을 때 아침 출근 전에 Mainframe 서버가 있는 여의도로 뛰어가서 일일 매출실적 데이터를 말은 릴테이프(Reel Tape)를 받아서 AS400 시스템으로 전달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청구시스템의 업무 성격은 매월 신용카드 결제일 청구서 발행을 위해 청구데이터를 생성한 후 릴테이프에 저장시킨 후 청구서 출력 대행 업체에 테이프를 보내 청구서를 찍는 프로세스이다.

매월 청구작업시 마다 사용되는 릴테이프가 2~30개 이상 사용되므로 1개라도 누락되거나 하면 청구서 미배달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또한 그 때 당시는 한달에 결제일이 두번 11일, 26일 이어서 이전 작업에 사용한 테이프와 섞이기라도 한다면, 청구서가 이중 또는 잘못 출력되는 경우도 발생하므로 아주 주의가 요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전날 청구작업을 늦게까지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자 마자 현업 청구담당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큰일났습니다. 이번달 청구서 메시지가 잘못 출력된 것 같습니다. 취소시킬 수 없을 까요?"

나는

"확인 해보겠습니다." 라고 우선 전화기를 끊고 작업결과를 역으로 확인해나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요청한대로 청구서 메시지 데이터가 만들어진것으로 확인 되었다.

메시지는 개인별 특화된 메시지(예, VIP 고객에게 전달하는 당월 혜택), 특정 제휴카드, 모든 회원 전체, 해당월 공통, 가맹점별 다양한 기준에 따라 메시지가 다르게 청구서에 찍히게 된다.

확인 결과를 가지고 현업담당자에게 이상없다고 이야기 했더니, 청구담당자는 했던 이야기라고 한다.

문서로 증빙된 내용은 없으며 서로 주장이 틀린 상황이 되었으나, 내가 아무리 주장해도 결국은 갑이 이기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잘못된 것은 사실인데 현업은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나를 괴롭혔다. 이미 우편발송 대행업체를 통해 우체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라 나로써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갑자기 현업담당자는 나에게 우편집중국으로 가서 해당청구서를 찾아서 회수해오자고 했다.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였지만 막무가내여서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근처 우편집중국에서 가서 관리자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니, 관리자는 사람키 보다 두배이상 큰 우편 자루를 수십개를 보여주면서 알아서 찾아보라고 하였다. 찾아 보려고 했으니 모두 회수한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대신 내가 현업담당자에게 잘못 발송된 대상자 목록을 찾아 별도 우편으로 보내자고 했다.

확인해보니 10000 여명의 인원이었는데,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워드문서의 메일머지 기능을 이용해 해당데이터를 A4로 청구서 메시지 오류 부분만 따로 언급하고 사과문 포함한 한장으로 출력하겠다고 제안했고, 현업 담당자는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작업 설계는 생각한데로 쉽게 이루어졌고, 출력 테스트까지 잘 진행되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문제는 1000여장의 분량을 일반 PC프린터로 출력해보니 잉크도 문제, 프린터 자체가 못 버티고 고장이 나버렸다. 다른 프린터로 교체하면서 겨우 출력해서 전달했고, 그나마 빠른 대처로 그 이후 큰 이슈는 되지 않았다.

 

하나의 오래된 에피소드 이긴 하지만

품질담당자의 입장이었다면 매월 2회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청구작업의 요구사항을 문서화하지 않고 일개 담당자의 전화요청으로 처리된다는게 현재 생각하면 엄청난 불안 및 위험요소였던 것이다. 요구사항에 대한 확정, 승인 절차도 불명확했고 그리고 해당 요구사항에 대한 사용자 확인 테스트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요즘은 청구시스템의 요구사항관리는 당연히 체계적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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